[Prague] 체코 프라하 6박 8일, 여행 7일차
체코 프라하 여행_7일차
▴유대인 공동묘지의 입구
드디어 마주한 여행의 마지막. 첫 시작을 함께해준 카프카를 떠올리며 마지막도 카프카와 함께 하기 위해 카프카의 묘지로 향했다. 카프카의 묘지는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즈코프라는 곳의 유대인 공동묘지에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도착해서 공동묘지 앞 작은 꽃가게에서 꽃도 한다발 사들고 입장을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넓어보여서 과연 오늘 안으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히 카프카의 묘지는 입구에서부터 이정표가 따로 있었다.
▴카프카의 묘지로 향하는 길
▴마지막 날.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카프카의 묘지는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 카프카의 묘지로 가는 길에 슬쩍 둘러본 이곳은 전날 갔었던 공동묘지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전날 찾아갔던 비셰흐라트가 공원 안에 묘지가 있는 구조였다면 이곳은 공동묘지 그 자체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묘비가 가득 들어찬, 확실히 전날 방문한 곳보다는 좀 더 경건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녹색으로 물든 의자
카프카의 묘지에 헌화를 하고 바로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 멍하게 묘비를 바라보고 있자니 어딘가 모르게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프라하에서 새로 쌓은 추억도 떠오르고, 그간 읽었던 카프카의 소설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될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아니 그 전에 나는 과연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하는게 맞으려나.
▴카프카의 묘지. 괜시리 마음이 울컥이던 그때
▴묘지공원, 이라고 불러야 할까. 빼곡하게 들어선 유대인들의 묘지는 음산하다는 느낌보다는 경건하다는 느낌이 더 잘 어울렸다
글 쓰는 것을 업으로 삼겠다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자꾸만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지금 당장 눈 앞의 삶이 너무 빠듯하게 생각되어 하나 둘 포기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아마도 조금은 안일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로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라면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그 일에 매달렸을텐데 이런저런 핑계로 나는 내 꿈을 포기하는 것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던 시간이었다.
다시 프라하 시내로 돌아와 어제 만났던 인연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방문했다. 어디로 가야 좋을까, 고민도 해봤지만 '우리 그냥 되는대로 들어가보자!' 해서 방문한 곳. 꼴레뇨와 굴라쉬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쌌던... 아 이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야하는구나! 하고 새삼 깨닫고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수다를 즐기다가 서로간의 즐거운 여행을 바라며 각자의 길로 떠나왔다.
▴드디어 맛보았던 꼴레뇨! 내 입엔 역시 족발이 더 맛있었다
생애 첫 유럽여행이자 장거리비행이 동반되었던 체코 프라하 여행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비록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여행 후기를 쓰는데에는 장장 반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어쩌면 당분간은 먼곳으로의 여행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정말 오랫동안 내 기억속에 남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에서 돌이켜봐도, 온전하다 말할 순 없지만, 그때의 느낌과 생각들이 많이 살아있으니 말이다.
카프카의 묘지를 바라보며 느꼈던, 생각했던, 다짐했던 것들 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잊지 않고 언제나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수 있길. 또 한 번 다짐을 해본다.
▴비행기에서 즐긴 마지막 맥주
▴파란 하늘 위로 달이 떠 있었다. 아쉬움이 너무 많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