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 1일차(1)
드디어 블라디보스톡으로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는 내렸고(우산은 없어도 될 정도였지만), 출국 바로 전날까지 연일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기까지 했다. 부랴부랴 씻고 카카오 택시를 불러서 친구와 만나기로 한 9호선 노량진역으로 출발했다.
우리 동네를 기점으로 인천공항까지 가는 루트는 제법 다양했는데
1. 서울역으로 가서 바로 공항철도 탑승
2. 신대방삼거리역에서 공항 리무진 탑승
3. 노량진역에서 9호선 탑승, 공항철도 환승
위 세 가지 방법 중 우리는 출근시간대에 가장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은 3번을 선택했는데, 9호선 급행에 생각보다 사람도 많이 없어서 앉아서 가기도 했고 또 김포공항 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맞은편에서 공항철도 환승이 가능했던 데다가 공항철도에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엄청 편하게 공항까지 갈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티켓팅을 하고, 지하 1층에 위치한 외환은행을 가서 미리 전화로 예약해뒀던 환전한 루블화폐를 찾고, 근처에 있던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1층에서 미리 예약해둔 포켓 와이파이를 찾고, 입국심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면세점을 둘러본 뒤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가 이용했던 항공기는 오로라 항공이었는데, 이용 후기를 말하자면... 일단 스튜어디스의 나이대가 우리 나라의 항공사보다는 훨씬 높은 것처럼 보였고, 생각보다 좌석 앞뒤 간격이 좁았다. 나야 키가 작으니 앞뒤 간격이 좁았던 게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키가 크거나 다리가 긴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또 생각해보니 비행시간이 그리 긴 편이 아니라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하늘은 꾸물꾸물. 우리를 블라디보스톡까지 데려다줄 오로라 항공
비행 시간이 짧았기 때문에 기내식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뜻밖의 수확이었달까. 기내식으로 연어샌드위치가 나왔는데 빵은 퍽퍽하고 연어는 조금 짠듯했다. 친구는 너무 짜다며 반도 먹지 못하고 남겼지만 내 입에는 그렇게 짠 것처럼 느껴지지가 않아서 남김없이 클리어!
▲기대하지 않았던 기내식! 나름 정갈하게 잘 나오는 것 같다
서울에서 출발할 땐 날씨가 너무 안 좋기도 했고, 또 일기예보 상으론 블라디보스톡 날씨 역시 좋지 않은 것으로 계속 확인이 됐었기 때문에 '비나 오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하고 나니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하늘도 예쁘고 구름도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고 창가 쪽으로 쪼르르 가서 자세를 잡으니 어느새 내 옆으로 와 'NO!'라고 단호하게 외치던 경찰 언니. 이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내가 꼴뚜기 대마왕처럼 느껴지던 때가...
▲기차 타러 가던 길. 창문 너머로 찍은 사진이라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쁨!
아무튼, 사진 찍기에 실패하고 짐을 찾기 위해 잠시 벤치에 앉아 있다가 슬슬 와이파이 연결을 해야겠다, 싶어서 포켓 와이파이 전원을 켜서 연결을 시도했는데 이게 웬걸.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이때가 1차 멘붕. 일단은 짐을 찾고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매표소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매표소에 직원이 아무도 없고, 근처에 있던 환경미화 아주머니와 경비에게 아무리 영어로 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러시아어뿐... 여기서 2차 멘붕이 왔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힘든 곳이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왔지만 이정도일줄이야! 멘붕에 빠진 우리는 이리갔다 저리갔다 한참을 방황했는데, 사람들이 점점 열차 매표소로 모이는 것을 보고 '아직 매표소 문이 안 열렸던 거였나봐' 하고 안심을 하고 그제야 의자에 앉아서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멍때리다가 찍은 깨알 캐리어 사진
이제 마지막 남은 포켓 와이파이 연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수도없이 기계 전원을 눌러보고 인터넷 연결을 해보고 했지만 아무것도 소용이 없길래 결국 국제전화를 이용해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블라디보스톡 공항에서는 와이파이 연결이 잘 되지 않을 수 있고, 시내로 나가서 다시 시도해보신 뒤에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나서야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들어가는 기차를 타고 드디어 블라디보스톡으로!
▲우리가 탔던 빨간 기차
▲열차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정해진 좌석은 없고 알아서 자유롭게 착석 가능
▲이번 여행을 함께한 귀염둥이들!
▲추쿵추쿵~ 기차는 즐거워
약 한 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내린 블라디보스톡 시내는 '완전 예쁘다'는 말로 모든 설명이 가능했다. 파란 하늘에 유럽식 건물들에 멋지고 예쁜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있었으나 시내에 도착해서도 연결이 되지 않는 와이파이 때문에 결국 고객센터로 다시 전화를 해야했고, 'KT 로밍 상품을 결제해서 사용을 하면 나중에 요금 대납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살짝 어이도 없고 짜증도 났지만 그래도 여행이니까! 나름의 추억을 만들었다 치고 체크인을 하러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 주변 풍경
인터넷이 되지 않아 구글맵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호텔을 찾아헤맸다. 호텔을 코앞에 두고 어딘지 몰라 빙글빙글 돌다가 용기를 내서 영어로 대화를 시도! 다행히 영어를 잘 하시는 분이라 우리는 쉽게 호텔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고 체크인에 성공! 호텔에서 보이는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사진을 또 찍다가 기대하고 기대하던 해양공원으로 향했다.
▲이제 진짜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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