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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ign/Russia

[Russia] 블라디보스톡-하바롭스크 4박5일, 2일차(2)

블라디보스톡 2일차(2)





루스키섬에 들어올 때 탔던 버스를 그대로 타고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돌아가는 길. 버스 노선을 보니 독수리전망대 쪽을 지나가는 것 같길래 우리는 또 급 예정에 없던 독수리전망대를 방문하기로 했다. 친구 말로는 올라가는 길이 힘들다는 후기가 많았다고 했는데 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서 그런가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쉽게 독수리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독수리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각교



▲러시아의 문자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키릴형제. 우리나라로 치자면 세종대왕/집현전의 학자들 급인 듯하다



▲풍경 좋은 곳에서 사랑스러운 친구들과 함께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다만 하늘이 조금 흐렸던 게 아쉽긴 했으나, 그래도 뻥 뚫린 기분이 들어서 마냥 신났다. 버스를 타고 건너온 금각교도 보고, 키릴 형제의 동상도 구경하고, 독수리전망대에 있는 기념품 샵의 퀄리티가 좋다고 해서 갔는데 예쁜게 너무 많아서 하마터면 가지고 있던 루블을 다 탕진하고 돌아올뻔 했다. 용돈을 조금씩 나눠서 가지고다녔기에 망정이지... 기념품 샵에서 마음에 드는 마트료시카를 발견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마트료시카는 다른 곳에서 사야겠다, 생각하고 오르골과 조그만 인형만 샀다. 이따 저녁에 밥 먹고 야경이나 보러 다시 오자며 발길을 돌렸다.



▲독수리전망대에서 데려온 세 아이들. 실제로 종류는 더 다양하고, 하나씩 구매 가능하다



▲마트료시카를 포기하고 사온 오르골




다시 버스를 타고 이제 진짜 블라디보스톡 시내로! 러시아는 밤 10시 이후로는 술을 팔지 않는다고 해서 어차피 시내에 나온 겸 큰 마트에서 밤에 먹을 안주거리와 술을 미리 사자! 라는 생각으로 들른 클로버 마켓. 지하 식품관을 가니 어마어마하게 넓었고, 역시나 술이 많았다. 우리는 마트에서 생맥주와 간단히 먹을 주전부리들을 사들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섰다. 



▲러시아의 흔한 마트표 생맥




어제 저녁에 킹크랩을 먹었기 때문에 사실 이곳을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킹크랩! 을 외치며 찾아간 곳 주마. 여기는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인지 예약으로 꽉 차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조리실과 마주보고 있는 바에 자리를 잡았다. 뭘 먹어볼까 고민하다가 고른 메뉴는 킹크랩과 게살튀김. 사실 킹크랩은 시키면서도 어제 이미 먹어봤기 때문에 그냥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웬걸! 어제 먹었던 킹크랩의 맛은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맛있었다.



▲바에 앉은 덕분에 서로 어색한 분위기(사이의 내 친구들)



▲주문한 킹크랩. 살아 있는 그대로를 가져와 일단 무게와 신선도를 체크한 뒤에 조리를 시작한다



▲뿅! 빨갛게 잘 익은 것이 아까의 어색함 따위는 전혀 기억나지 않고 그저 폭풍흡입



게살튀김 역시 그냥 상상했을 땐 게맛살 튀긴 맛과 비슷하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맛이었다. 주위에 블라디보스톡에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다면 킹크랩은 둘째 치고서라도 게살 튀김은 꼭, 반드시, 먹고 오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였다.



▲와~ 이건 진짜... 설명을 하지도 못하겠고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미친 맛. 세 번 먹고 올걸




배 터지게 먹고 숙소로 돌아가 간단하게 씻고 클로버 마켓에서 미리 사왔던 맥주에 주전부리를 좀 먹으며 11시가 넘기만을 기다렸다. 어제 다 즐기지 못했던 클럽 쿠쿠에 재방문하기 위해서였는데, 배도 부르고 몸도 편해지니 다시 나가기가 슬슬 귀찮아졌다. 게다가 비도 내리기 시작해서 '그냥 가지 말까?' 하다가 '그래도 오늘이 블라디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불태우자!' 하며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호텔 로비에서 콜택시를 불러 쿠쿠로 향했다.


그러나 클럽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그럼 독수리전망대에서 야경이라도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전망대에 갔는데, 비가 와서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힘이 쭉쭉 빠진 덕분에 그냥 길에 택시비만 훌렁훌렁 써버리고 다시 호텔에 돌아와 맥주와 보드카를 홀짝이다가 잠이 들었다.



▲비 내리는 밤의 독수리전망대. 나름의 운치는 있었던 것 같다





블라디보스톡 여행 2일차 총평



*세인트 사원


-특이사항: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마주하는 순간 그 독특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기분. 굳이 이곳을 꼭 가봐야해! 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한 번쯤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르바트 거리


-특이사항: 거리 곳곳에 독특한 상점과 예쁜 벽화가 많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산책하듯 골목 곳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흐뜨블린

-아르바트 메인 거리 중간쯤에 위치한 로딩커피 인근


-특이사항: 러시아 전통 빵인 블린이 가장 맛있는 곳인데,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 우리는 토마토와 치즈가 들어간 블린을 먹었는데 상당히 맛있었다. 덕분에 치즈케이크가 그냥저냥 맛있는 정도라고 느껴질 정도. 커피 맛은 썩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편. 영어로 된 메뉴판이 있어 주문 시에 어려움은 없었다.

-단점: 한국인이 너무 많다. 앉아 있다보면 그냥 한국의 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다.



*혁명광장

-블라디보스톡 시청 앞


-특이사항: 굉장히 넓다. 넓고, 넓고, 또 넓다. 넓이에 비해 사람은 별로 없는 편이라 사진 찍고 놀기에는 나쁘지 않다.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이 버스 정류장에 대부분의 버스가 다 있어서 아마 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는 분들이라면 혁명광장 앞을 수차례 지나다닐지도. 주말엔 장터가 열리고 있으니 지나는 길에 구경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루스키섬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 약 1시간 거리


-특이사항: 극동연방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는데, 학교 내부에는 해변이 따로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현지인들이 해수욕을 즐기러 많이 방문하고 있는 것 같다. 루스키섬 주변에 괜찮은 산책로가 있다고 하는데, 사실 우리는 걷는 것보다는 멍때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그냥 해변을 갔지만, 걷기를 좋아한다면 한바퀴 돌아봐도 좋을 것 같다.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들러봐도 좋을 곳.

-단점: 화장실이 없다. 간이화장실이 있긴 하지만 정말 미친듯이 급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생 상태가 좋지 않고, 학교 건물 내부에는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곳이 많이 깨끗한 화장실을 찾기가 어렵다(덕분에 우리는 학교 내부에 있는 호텔 화장실을 사용했다).



*독수리전망대

-루스키섬에서 블라디보스톡으로 돌아오던 길 어딘가 쯤


-특이사항: 떠나기 전 검색해봤을 땐 찾아 가기가 힘들다는 후기를 몇 번 봤었으나, 우리는 루스키섬에 다녀오던 길에 잠깐 들렀기 때문에 좀 편하게 갔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15번인가 25번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구글 지도로 현재 위치를 보며 정류장에 내렸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독수리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볼게 별로 없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풍경이 예쁘기도 했다. 

-단점: 만약 블라디보스톡 시내에서부터 걸어간다고 한다면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기념품샵에 예쁜 물건이 많긴 하나 가격대가 그리 싼 편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내가 기념품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주마(Zuma)

-해양공원 아쿠아리움과 세인트사원 중간 쯤에 위치


-특이사항: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탓인지 한국어로 된 메뉴판이 있다. 덕분에 메뉴 주문에 있어 전혀 어려움이 없었으며,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단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일반 테이블석 착석은 불가능해보였다. 덕분에 우리는 조리대와 마주보고 있는 바에 앉았는데 물론 밥을 먹는 동안은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았지만 밥이 나오기 전까지는 서로 민망했던 분위기. 우리는 '먹는게 남는거다'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음식 가격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여행자라면 식대가 조금 부담스러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