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 1일차(2)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미친듯한 언덕을 올라 도착한 대성당은 진짜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멋있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 지붕과 흰 건물, 파란 하늘까지. 운 좋게 미사시간과 맞아서 우연히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성가대의 음악 소리가 와... 진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압도당한 기분.
▲진짜 입이 쩍 벌어지던, 위풍당당한 자태
▲슬쩍 보이는 내부
배도 부르고 아침부터 일찍 움직인 탓에다가 비까지 맞아서 그런가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잠시 성당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쉬다가 바로 뒤에 영원의 불꽃과 명예 광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고인들의 이름이 적힌 비석이 늘어서 있었는데, 규모도 규모지만 전쟁에 희생되신 분들을 기리는 그 마음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곳에는 한국인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는 얘길 듣고 찾아보려고 했으나 규모가 정말이지 어마어마해서 찾기는 실패. 살짝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명예광장 뒤로 보이는 대성당. 명예광장 가운데에는 꺼지지않는 불꽃이 자리하고 있다
커피나 한 잔 할까 하며 다시 시내 쪽으로 내려가는데 하늘이 또 심상치 않길래 '설마 또...?'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비가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건 뭐 동남아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냐며 친구랑 한참을 웃으며 겨우 카페를 찾아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또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 여행 4일차인데 우리 체력이 너무 저질인 것 같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꼭 운동을 하자고 했지만 그 마음은 카페에 고이 내려두고 나온 듯.
▲이렇게 날씨가 좋았는데 5분도 안 되어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 여기는 동남아인가
비가 어느 정도 그쳤길래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 이제 뭐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내일 아침 일찍 공항으로 가야하니 미리 마트를 좀 털자며 근처 마트를 찾아 나섰다. 아침에 숙소를 찾아 내려오던 길에 발견했던 적당한 규모의 마트로 고고! 역시나 이곳에서도 술의 양은 어마무시했고, 알룐까 초콜렛과 티, 기념으로 가져갈 술과 이따 숙소에서 먹을 과자와 술을 사들고 숙소로 향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데 또 어찌나 예쁘던지... 양손은 무겁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놓을 수가 없었다.
▲마트의 절반이 술! 이곳이 천국인가봅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또다시 예뻐진 하늘
▲숙소에서 바라본 아무르강변
숙소에서 간단하게 짐정리를 하고 아무르 강변을 따라 걸어서 다시 시내로! 친구가 가장 가보고 싶었던 피자리아를 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삐애로 분장을 한 종업원들과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주문을 하고 싶을 땐 '맘마미아!' 하고 외쳐야 주문이 가능했던... 뭔가 엄청나게 활기찼던 곳이었다. 피자도 맛있었고 이곳에서 가장 핫한 술이라는 주전자술? 도 먹고, 입가심으로 토마토샐러드까지 해치우고나니 배가 미친듯이 빵빵. 마침 가게 문도 닫을 시간이 되어 슬렁슬렁 나와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가게 내부는 대략 이런 분위기
▲수제화덕피자. 양은 조금 적긴 한데 가격대비로 봐서는 적당한 것 같다
▲이곳에서 핫하다고 하는 주전자술. 뜨끈하게 데워먹으니 훅 올라오는 기분
하바롭스크 여행 1일차 총평
*숙박
-하바롭스크 인투리스트 호텔
-특이사항: 아무르강변에서 약 2~3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꼼소몰 광장에서는 약 5분거리, 향토박물관까지는 1분이면 도착한다. 굉장히 접근성이 좋은 편이며 방도 깨끗하고 수건도 넉넉하게 넣어 준다. 모든 방이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강변 뷰였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 해가 지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는데, 정말 예뻤다. 프론트 직원들도 친절하고 영어로 대화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아침 일찍 공항에 가야한다면 미리 프론트에 얘기를 해서 콜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레닌공원
-하바롭스크 역과 아무르강변 사이로 난 큰 길을 따라가다보면 중간 쯤에 위치
-특이사항: 여기도 비둘기가 많다. 뭐랄까, 날아다니는 비둘기도, 걸어다니는 비둘기도 많았던 곳이랄까. 우리 나라도 비둘기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러시아는 그보다는 못해도 10배는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기분. 공원 자체가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기도 하고 사실 딱히 볼건 없는 편이라서 잠깐 쉬었다 가기 위해 들르는 정도라면 적당할 것 같다.
*꼼소몰 광장, 성모 승천사원
-아무르강변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
-특이사항: 찾기는 엄청나게 쉽다. 아무르강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기 위해 길을 헤매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른 사원들과 마찬가지로 짧은 바지를 입었을 경우에는 입구에서 앞치마? 같은 걸 입어야 입장이 가능하며, 머리에는 따로 두건을 두르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한 것 같았다. 낮에도 예쁘지만 밤에는 더 예쁘게 느껴지는 이곳. 안에 기념품 샵이 있는데 제법 예쁜 물건들이 많이 있으니 눈에 들어온 물건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사길...
*아무르강
-특이사항: 정말 넓다. 엄청 넓다. 이게 바다인지 강인지 헷갈릴 정도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날이 좋을 때에는 해양공원과 마찬가지로 일광욕과 수영을 즐기러 나오는 현지인이 많은 것 같다. 덕분에 몸 좋은 오빠들도 많이 보게되는 건 안 비밀. 강가에 작은 규모의 놀이동산도 있는데, 관람차 바로 밑에 BBQ라는 샤슬릭 파는 곳이 있는데 이곳 샤슬릭이 굉장히 맛있다고 한다(밤에만 문을 여는 것 같으니 참고하시길). 하바롭스크의 핫플레이스를 모두 돌아보고도 시간이 많이 남는다면 유람선을 타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바롭스크 향토박물관
-특이사항: 사실 전날 블라디보스톡에서 박물관을 한 번 다녀왔기 때문에 '별 거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알차다. 실 사이즈에 가까운 공룡, 동물들의 박제들도 많았고 블라디보스톡에서 봤던 것보다 더 자세한 설명들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영어로 된 안내문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시기별로 잘 정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단점: 앞서 말했듯이 영어로 된 안내문이 없어서 관람 시에 조금 답답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규모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체력 분배를 잘 해서 구경을 해야 하니 전날 과음으로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라면 비추.
*Satsivi
-레닌공원 인근 골목 어딘가에 위치(트립바이저 맛집 1위인 곳이므로 트립바이저를 참고)
-특이사항: 이런곳에 밥집이 있어? 할만큼 골목을 들어가야 나온다. 외관이 굉장히 예쁘고 음식 맛도 좋은 편이었다. 다만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이 별도로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고, 곳곳에 물담배를 즐기는 사람이 있으니 담배냄새에 민감하다면 자리를 잘 잡는 것이 좋을 듯하다. 한국어로 된 메뉴판은 없고, 종업원들의 영어 실력도 크게 좋아보이지는 않으므로 원하는 메뉴의 사진을 미리 준비해서 보여주는게 주문하기에 훨씬 빠르고 쉬울지도 모르겠다.
*트랜스피구레이션 성당
-아무르 강변을 오른편에 두고 쭉 올라가다보면 위치
-특이사항: 굉장히 크다. 웅장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운 좋게 미사시간에 맞춰 방문하게 된다면 미사 장면을 구경할 수도 있는데 성가대의 노래는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정말 영화에서나 보던 것 같은 그런 성스러운 목소리라고나 해야하나. 정말 소름돋을 정도로 경건해지는 기분이 든다.
-단점: 언덕을 끝없이 올라가야 한다. 최대한 체력이 좋은 타이밍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명예광장
-트랜스피구레이션 성당 바로 아래, 걸어서 약 1~2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
-특이사항: 트랜스피구레이션 성당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서 잠시 들렀다 가면 좋은 곳이다. 광장 중앙에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고 있는데, 비가 온 뒤에도 정말 불꽃이 꺼지지 않고 타고 있어서 신기했다. 딱히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곳은 아니지만 각자 나름의 생각이 많아지는 곳인 것 같다.
*VDROVA PIZZERIA(피자리아)
-꼼소몰 광장에서 하바롭스크 역 방향으로 약 10분 정도 가다보면 오른편에 위치
-특이사항: 굉장히 파이팅 넘치는 곳이다. 가게 자체가 굉장히 활기차고 싼 가격에 수제 화덕 피자를 맛볼 수 있다. 사이드 메뉴로 먹어본 토마토치즈 샐러드도 가볍게 먹기 좋았다. 대체로 1인 1피자를 먹는 듯한 분위기이나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서 다양하게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야외석도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식사를 즐기는 것도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
-단점: 좋게 말하면 파이팅 넘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굉장히 정신없고 시끄럽다.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주문할 때에는 반드시 '맘마미아!' 하고 외쳐야 종업원이 오기 때문에 소심한 사람이라면 주문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스트레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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