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삼거리] 늦은 밤 야식이 필요할 때 생각나는 뜨끈한 우동 한그릇 | 기계우동
신대방삼거리 인근에 오래 거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오래된 우동집이 있다. 신대방삼거리역 2번출구에서 나오자마 횡단보도를 건너 신림 방면으로 약 30초만 걸어가면 보이는 새빨간 간판의 기계우동집. 이름도 무슨무슨 기계우동이 아니라 그냥 '기계우동'이다. 심플하고 허름한 간판에 노부부가 운영하는 아주 작고 낡고 허름한 이곳은 늦은 오후에 문을 열어 새벽까지 장사를 한다. 앞을 지나다니면서 슬쩍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텅 비어있는 날은 얼마 되지 않는다. 특히나 12시가 가까워오는 늦은 밤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새벽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메뉴도 굉장히 다양하다. 우동과 짜장면, 짜장밥. 곱배기도 가능하다. 예전에는 김밥도 팔았는데 언제부턴가 메뉴판에서 김밥은 사라졌다. 김밥도 한 번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뭔가 이렇다할 특이한 점은 없는, 집에서 엄마가 싸주시던 김밥과 굉장히 비슷한 맛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동이나 짜장면 한그릇만으로는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때 먹기 좋은 메뉴였는데... 없어졌다니 괜히 아쉬운 기분이다.
메뉴판이 단순한만큼 메뉴도 단순하다. 주문을 하면 바로 앞에서 기계로 면을 바로 뽑아서 삶으신다. 우동 육수와 짜장은 늘 준비가 되어 있어 면이 다 삶아지면 그 위로 국물을 부어주시는 형태다. 우동에는 쑥갓과 김, 파가 들어있고 원할 경우 고춧가루를 뿌려서 취향껏 먹으면 된다. 짜장은 중국집에서 파는 것과는 다르게 크게 썬 야채와 고기가 들어있다. 짜장의 맛도 집에서 해먹는 맛과 비슷하다. 화려하지도 않고 이렇다할 특이한 맛도 아닌데 계속 젓가락이 간다.
아주 오래 전에 출판사에서 일을 할 때 원고 마감을 끝내고 새벽 3시 쯤 동네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가끔 우동을 한그릇 먹고 집에 들어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신춘문예에서 떨어지고 술을 들이붓다 집에 가는 날에도 술이나 좀 깰 겸 이곳에서 우동을 한그릇 싹 비우고 들어가기도 했었다. 뭐랄까, 이곳은 특별한 맛이 있어서 간다기보다는 이런 소소한 기억들 때문에 가끔 생각나는 곳인 것 같다.
초 간단 한줄평: ★★★★★
맛이 아닌 추억으로 가는 곳이기에! 화장실도 외부에 있고,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굉장히 지저분하고, 긴 테이블에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많은 집이지만. 없어지지 않고 오래오래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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